요즘 소셜 미디어 피드를 넘기다 보면, 내가 원치 않는 혐오와 부정적인 의견들에 기습적으로 노출될 때가 잦다. 팔로우하지 않은 계정의 자극적인 게시물이 버젓이 나타나고, 냉소와 분노로 가득 찬 글들이 시야를 어지럽힌다. 어쩌다 우리의 정보 공간은 이토록 소모적인 감정들로 가득 차게 되었을까? 그 원인을 정보 소비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보를 ‘찾던(Pull)’ 시대에서 ‘주입받는(Push)’ 시대로
과거 우리가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은 본질적으로 ‘Pull’에 가까웠다. 관심 있는 분야의 블로그를 직접 찾아가고, 존경하는 사람의 글을 구독하며,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 능동적으로 검색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 사고의 주도권을 쥔 채 주체적으로 정보를 선별하고 지식의 체계를 쌓아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Push’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 시대다. 플랫폼은 우리가 무엇을 좋아할지 끊임없이 예측하고, 그들이 설계한 알고리즘에 따라 무한한 콘텐츠를 밀어 넣어준다. 우리의 역할은 그저 수동적으로 스크롤링하며 추천되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축소되었다 (Doom scrolling). 이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방식의 차이를 넘어 우리의 사유 체계 자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변화다.
사고의 깊이가 얕아질 때
알고리즘이 주도하는 ‘Push’ 환경은 우리에게 깊이 있는 탐구를 허락하지 않는다. 긴 호흡의 작품보다 1분짜리 ‘숏폼’이, 복잡한 맥락을 품은 분석 기사보다 단편적인 ‘밈(Meme)’이 더 빠르게 우리의 뇌를 자극한다. 이러한 정보 소비가 반복되면서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현상의 이면을 파고드는 ‘지적 근력’은 점점 약해진다. (AI가 이 현상을 더 가속화한다)
사고의 깊이가 얕아진 자리는 자기 과신과 타인에 대한 섣부른 판단으로 채워진다. 세상을 '간접적으로', '얕고', '넓게만' 접하면서 마치 모든 것을 이해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고,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존중하기보다 폄하하기 쉬워진다.
공감 능력의 상실과 사회적 갈등
이러한 변화의 종착지는 결국 타인과 현상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의 상실이다. 진정한 공감은 단순히 감정적인 동조가 아니다. 대상의 배경과 맥락을 이해하려는 지식, 경험, 그리고 사고의 깊이가 동반될 때 비로소 가능한 지적, 정서적 노력의 산물이다.
깊이 있는 탐구 과정이 생략된 채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정보에만 익숙해진 우리는 타인의 복잡한 내면/배경을 이해하는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점점 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하지 못하면서 겉으로 서로 비난만 하게 되는 갈등의 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혹자는 Push 방식의 알고리즘이 우리의 관심사를 확장해 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정반대에 가깝다. 현재의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이미 동의하는/보았던 것을 반복해서 보여주거나(필터 버블), 특정 경향성을 극단으로 강화하는(확증편향)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상업적 이익을 위해 인간의 심리를 교묘히 파고드는, 잘 설계된 '디지털 가스라이팅'에 가깝다. 최근에는 LLM 모델이 사용자의 의견에 최대한 동조하며 편향을 강화하는 Sycophancy(아첨) 현상까지 발견되며 이러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물론 현대 사회의 갈등이 단지 알고리즘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매일같이 정보를 소비하는 방식이 우리의 정신을 어떻게 조각하고 있는지는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이제는 알고리즘이 무엇을 ‘밀어 넣어주는지’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내가 무엇을 주체적으로 ‘찾아 나설 것인지’를 의식적으로 치열하게 질문해야한다.
나의 삶
사실 내가 이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된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의 변화 때문이었다. 2024년 10월 18일에 사랑하는 딸이 태어났다. 생각보다 훨씬 고된 육아의 현실 속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타인의 일상과 추천 게시물이 ‘피드’라는 공간을 통해 수동적으로 주입되는 경험을 반복하며, 페이스북이 최초로 시도한 ‘Push’(뉴스피드) 방식의 소통과 요즘의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 한 걸음 떨어져 객관적으로 바라볼 계기를 갖게 되었다. SNS에 공유하던 나의 삶 또한 누군가에게는 이런 방식으로 소비될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육아로 인해 소중한 지인들을 만나기 어려워진 지금, 온라인을 통한 소통은 더욱 절실해졌다. 하지만 이왕 나의 삶을 공개할 것이라면, 싸이월드 시절처럼 나의 삶이 궁금한 사람이 직접 찾아와 글을 읽고 마음을 나누는 방식이어야 관계도, 사회도, 그리고 나 자신도 건강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통해 나만의 ‘Pull’ 방식을 다시 실천해보고자 한다.